“20년 뒤 100조 규모 ‘우주경제’, 꿈 아닌 현실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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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25년 05월 26일 0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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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뒤 100조 규모 ‘우주경제’, 꿈 아닌 현실 될 것”
-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 승인 2025.05.21 07:21
- 호수 202506
- 154면
[특별 인터뷰] 존 리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이 꿈꾸는 우주 강국 대한민국
통신·반도체·원자력 등 5대 우주 강국 진입할 잠재 조건은 충분
‘고비용 저위험’에서 ‘고위험 저비용’으로 진입 장벽부터 낮춰야

작년 5월 27일 출범한 대한민국 우주항공청(KASA)의 개청 1주년을 앞둔 5월 초, 존 리 임무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29년간 일한 우주항공 분야 베테랑으로 작년 5월 우주청 개청과 함께 한국에 왔다.
NASA 헬리오피직스 프로젝트 관리자, NASA 산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위성통합본부장 등을 역임했던 이력이 우주항공청 초대 임무본부장으로 낙점된 주요 이유다. 거기다 백악관 행정예산국에서 IT예산관리자로 근무한 이력까지 더해져 미국 공직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그가 맡은 임무본부장직은 KASA의 연구·개발(R&D)을 비롯해 관련 산업 육성 등을 총괄하는 자리다. 역할에 걸맞게 존 리 본부장은 현재 KASA의 사업들이 국가 간 협력사업을 넘어 민간 기업에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우주개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현 위치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요 조건을 그에게 물었다.
KASA 개청 1주년을 맞았다. 우주항공청이 지향하는 바는?
“우주청의 궁극적 목표는 대한민국을 우주항공 5대 강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주항공을 국가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우리 목표 중 하나다.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으로 우주항공을 키워서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싶은 의지를 담아 세운 목표다.”
지난 1년간 어떤 성과가 있었나?
“우주청 설립 이후 여러 국가와 국제협력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우주 분야는 막대한 예산과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분야라는 특성상 한 나라가 단독으로 추진해 나가기 어려운 분야다. 따라서 우주 분야에 있어선 국제협력이 필수다.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으로 가기 위해 글로벌 마인드 셋업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열심히 뛰었고, 성과도 있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우주청과 협력의 토대가 되는 기관 간 약정 MOU를 체결해냈다. 특히 아직 어느 국가도 탐사하지 못한 L4 태양권 관측 탐사를 우리가 세계 최초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 총 4개 국가 8개 기관과 협력의향서(LOI)를 교환하고 동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작년 5월 27일 경남 사천시에 개청한 우주항공청 모습. 현재 개청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사진 경남 사천시]](https://cdn.m-joongang.com/news/photo/202505/401135_52639_3728.jpg)
작고 가벼운 초소형 위성 소재 기술력이 강점
한국행을 확정한 결정적 이유는?
“지금도 기억하는데, 3월 19일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KASA로 와 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아내와 함께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그동안 저는 한국에 올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더 실감이 안 났다. 생각해 보면 제 인생이 매번 도전의 연속이었다. 사실 저는 전공이 우주와 거리가 먼 생물학이다. 그런 제가 대학에서 생물학 엔지니어 분야를 공부하고 대학원을 정책학 분야로 갈 때도, NASA에 입사할 때도, 백악관의 IT 예산관리자로 갈 때도 모두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동안의 제 경험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주항공 5대 강국’을 현실화하기 위한 복안이 있나?
“앞으로 20년, 그러니까 2045년까지 국가 부자 100조원, 세계시장 점유율 10%, 우주기업 2000개 육성, 일자리 50만 개… 이처럼 우주경제 창출이라는 구체적인 지표를 설정했다. 현재 하나씩 추진 중이고 이 중 몇 가지는 부분적이지만 성과도 있다. 우주항공 분야는 돈이 많이 드는 분야다. 그래서 비용 절감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누리호 반복 발사와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해 발사 비용을 절감했다. 고해상도 위성과 MPS를 개발해 공공과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치를 높이고, 달과 화성 같은 심우주 탐사로 과학적 성과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다. 거기에 민간 주도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제도 개선, 국제 공동 미션을 주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우주청은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 전략적 컨트롤타워로서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 대한민국 우주항공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현재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우리의 현주소는 캐치업 모드(catch-up mode)라고 요약할 수 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미국의 스페이스X 등 다른 우주 강국이나 해외 기업보다 한국이 최고인 분야가 아직 없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거대한 잠재력(포텐)이 있음을 확인했다. 세계 5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우리만의 강점도 많다. 한국은 통신, 반도체, 원자력 등과 같은 세계적인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 특히 초소형 위성 소재 개발 분야에선 특화됐다고 할 만큼 기술력을 갖췄다. 우주 기술에서는 작고 가볍게 만들수록 유리하다. 그리고 집중력이 높아 빠르다. 한국인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제작 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굉장한 강점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방향 설정이 아직 미흡한데, 이 부분만 채워진다면 저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한국의 거대한 잠재력이 폭발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우주항공 포텐’이 터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은 그동안 하이 코스트(high cost) 로 리스크(low risk)로 안전한 시도 위주로 접근해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하이어 리스크(higher risk) 로어 코스트(lower cost)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진입 장벽이 낮아져 다양한 중소기업들,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시장의 수요도 커지게 될 것이고. 이런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면 우리의 잠재력이 터질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뉴스페이스 시대는 정부 주도가 아니라 기업들, 즉 민간이 주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주산업,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 방식으로 변화 중
뉴 스페이스 시대를 민간 기업이 주도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의 우주개발 예산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혁신적인 민간 투자가 약할 수밖에 없고 결국 우주산업의 저성장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업하고 공동으로 투자해 상업 우주산업을 확산해야 폭발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이를 위한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 주도에 성공한 참고 사례가 있나?
“우주산업에도 트렌드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추세도 우주산업이 국가 주도의 개발 방식에서 우주탐사, 물류, 위성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민간 주도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NASA의 상업용 저궤도 물자 수송 서비스 개발 프로그램인 COTS(Commercial Orbital Transportation Services) 모델이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참고할 좋은 사례다. 민간이 특정 임무 수행과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자생적 민간 생태계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주청에서 추진 중인 주력 프로젝트를 소개해달라.
“우주과학 탐사 부문에서는 세계 최초로 제4 라그랑주 점(L4)에 태양권 관측소를 구축해 국제협력을 주도하고, 현재 추진 중인 ‘2032년 달 표면 연착륙’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달성하는 것이다. 인공위성 부문에서는 10cm급 초고해상도 위성을 개발하고, 저비용 플랫폼을 활용해 고도 450km 이하의 초저궤도 위성과 기존 위성항법 시스템을 보강할 수 있는 다층궤도 항법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핵심 임무로 선정했다. 우주수송 부문에서는 우주공간 내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연료를 재주입하거나 물자를 수송하거나 혹은 고장난 설비들을 수리하고 우주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이른바 궤도수송선(OTV, Orbital Transfer Vehicle)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이 수송선은 특히 우주경제와 관련된 다양하고 새로운 시장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달 착륙 사업을 시작했는데, 달 착륙선은 어떤 일을 하나?
“2032년을 목표로 한 달 착륙은 한국의 우주 개발 지평을 크게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달 착륙선은 달 표면 환경 분석, 자원 채취와 같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유인 체류기지, 전력 플랜트 구축, 도로 구축 등 달 경제기지 인프라 구축과 함께 지속가능한 국제 달 기지를 구축하려고 한다. 다만, 단순히 달에 가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선 안 된다. 달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이 단순히 글로벌 우주 개발에 ‘참여’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 Ⅱ)가 화염을 뿜으며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중앙포토]](https://cdn.m-joongang.com/news/photo/202505/401135_52632_3656.jpg)
GPS 기반 서비스, 안보와 접목된 우주기술들
향후 10년, 우리나라가 우주개발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이룰지 예측해 본다면?
“2035년에는 L4 태양권 관측 탐사선을 통해 국제적인 우주환경 예보와 태양 물리 연구에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협력을 통해 심우주 광통신, 차세대 망원경 기술 분야에서 우리의 역량도 축적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광통신 분야에서 우리가 역량을 확보한다면 세계적으로 큰 성취를 이루게 될 것이다. 초고해상도 위성 분야에서도 향후 10년 내외에 세계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위해 현재 초고해상도 영상레이더 위성, 광학 관측 위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5년 후 2030년까지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완료되면 기존 인터넷 취약 지역의 통신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산간오지나 선박, 항공기에서도 고속 위성통신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 진출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아직 우주 분야를 일상과 먼 이야기로 여긴다.
“이미 우리는 우주 기술을 일상에 이용하고 있다. 위성이 없으면 내비게이션 길 찾기 기능도 안 되고, 뉴스에서 내일의 날씨도 알려주지 못한다. 실제로 정지 궤도에 올려진 위성 ‘천리안 2B호’를 활용해 기후, 기상, 환경, 국토관리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와 대기오염 물질을 관측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우주 기술은 통신 분야에도 활용된다.
현재는 주로 정지궤도 위성을 기반으로 방송, 통신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저궤도 위성을 기반으로 지상과 바다, 하늘을 아우르는 초공간 위성데이터 통신 서비스가 상용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상에서 자율주행 서비스, 해양에서 선박 자율운항 서비스, 항공에선 AAM 항행 지원 서비스가 시행된다. 특히 항법 분야는 새로운 위치기반(PNT) 서비스를 창출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교통, 통신, 금융 등 국가 주요 인프라 안정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우주청에선 현재 한국의 독자적인 ONT 시스템인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개발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우주산업을 창출하는 우주 기술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매 순간 인식하지 못할 뿐 우주 분야는 실제로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우주 기술이 전혀 다른 분야와 접목되는 사례도 있나?
“전혀 다른 분야까진 아니지만, 안보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러-우 무력충돌 과정에서 민간 우주기업인 우주기반 데이터 서비스가 전장에서의 그 효과성을 입증해냈다. 저는 이 부분이 우주 역량의 안보적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주인을 꿈꾸는 한국의 미래세대를 향해 한마디 한다면?
“우주인이 꿈이라면 그 꿈을 꼭 붙들고 있으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똑똑한 학생들이 우주항공 분야를 제일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고 더 많이 알리는 것이 제 바람이다. 우주항공 분야를 선택하면 꿈도 이루고, 돈도 많이 벌고(웃음). 세계를 무대로 꿈을 마음껏 펼칠 기회라는 것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요즘 제 아내가 ‘재미있냐’고 묻는다. 저, 지금 굉장히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