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흠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한림대학교의료원 제공.)

(춘천=뉴스1) 강승지 기자

"포기하고 싶은 순간 많았습니다. 결과 없이 포기한 일도 많았고요. 하지만 지금 말씀드린 게 일부는 결과로 남았고요. 지상에서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 환자들을 위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연구자로서 소망합니다."

우주를 연구하는 의사이자 의과학자인 박찬흠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 8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 내 자신의 연구실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우선 그는 코 재건·두경부암 등 이비인후 외상 분야를 진료하는 의사다.

그런 와중 국내 최초로 우주에서 암세포를 배양하고 항암제 반응도 관찰할 수 있는 연구 위성체 개발도 앞둬 눈길을 끈다. 왜 의사가 우주 관련 연구를 하느냐는 질문에 "우주는 돈이 된다"고 박 교수는 답했다.

박 교수 설명에 따르면 두경부암은 후두를 적출한 뒤 목소리를 내기 위한 재건 치료가 필요하다. "성대든, 후두든 대체할 장기를 만들어야 한다. 귀, 고막, 기관, 식도 다 만들고 있다. 기존 업체가 만든 인공장기 쓰면 되지 않나' 싶지만, 이 경우 변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암 환자에게 이식용으로 쓸 인공장기를 3D 프린터로 만들다 중력에 의한 세포 배양 등에 한계를 느꼈다. 다만 중력이 적은 우주에서는 세포의 양상이 달라진다. 우주는 지상보다 중력이 약하니 세포나 단백질 수준의 실험 결과가 지상에서 실험과 다르게 나온다.

처음부터 관심이 많지는 않았지만, 환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우주의학 분야에 뛰어든 지 10년이 지났다. 우주공학 전문가와 협업 과정에서는 생소한 용어를 익히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박 교수처럼 최근 우주공학·개발에 많은 민간인이 뛰어들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금의 국제우주정거장(ISS)을 2030년 말까지만 운영하고 2031년 태평양에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교수는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우주가 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제약업계도 팔을 걷었다. 화이자는 1조 2000억 원 이상을, 머크도 2조 원을 우주에 투자했고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민간항공 우주기업 '스페이스 X'을 세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ISS 사용 권한도 없는 등 현실에 대해 박 교수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찬흠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강원도 춘천 한림대 내 연구실을 소개하는 모습.(한림대학교의료원 제공)

우주정거장 사용이 어렵다면 위성에서 연구하자는 생각에 박 교수는 수년간 관련 기관들에 우주의생명공학 연구의 필요성을 피력해 왔다. 여러 고비를 거쳐 연구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오는 11월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 이른바 '바이오 캐비넷'을 탑재한 상황이다.

바이오 캐비넷은 우주에서 줄기세포를 혈관 등으로 분화시키고 심장 등 장기도 3D 프린팅을 할 장치다. 이를 통해 박 교수는 우주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큰 우주인들의 치료를 연구할 계획이다.

다음은 2027년 발사 예정인 지구 귀환형 인공위성을 통한 연구다. '인류가 가진 종양 중 가장 악성'으로 알려진 교모세포종을 우주에서 배양하고 항암제를 투여한 뒤 반응 등을 살펴보고 위성체를 다시 지구로 귀환시켜 정밀 유전자 분석 등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이 시스템을 탑재하기 위해 박 교수 연구팀은 '바이오렉스'라는 국내 독자 위성체 개발에 함께하고 있다. 박 교수는 수술도, 화학요법(약물)도 먹히지 않고 전이도 잘 되는 교모세포종의 변화가 우주 내에서는 어떤지 살펴본 뒤 지상에서의 치료법을 연구한다는 생각이다.

박 교수는 달의 극한 환경을 버틸 극지 식물을 달에 심어 산소·식량 확보 등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그는 "2032~2033년 한국 탐사선이 달에 착륙한다는 계획에 맞춰 극지 식물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패 위험이 크다는 부담을 감수한 만큼 결과물이 나왔을 때 느낀 보람도 크다. 박 교수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지금까지 험난한 길의 연속이었다"면서 "될 것 같으면서, 꼭 안 되고 또 안 됐다. 이런 고통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박 교수는 "우주 산업이라는 게 '꿈을 먹고 사는 분야'다. 하지만 정부 예산안에는 우주의생명공학에 대한 개념도, 언급도 전무하다"면서 본인 연구팀은 사명감과 꿈 하나로 버티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업성, 경제성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아봤다. 미국인들이 왜 돈을 투자하고 있을까"라며 "결국 믿고 이끌며 (현재 의료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다 나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엄청난 돈과 노력이 필요해서 진입 장벽이 높다"면서도 "꿈을 추적해야 한다. 적어도 발을 담가 보조를 맞춰가야 틈새시장이라도 노린다. 그렇지 않으면 우주 산업, 분야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책을 요청했다.

ksj@news1.kr